이 시리즈는 반세기에 걸쳐 약 3700일, 무거운 짐을 지고 중앙 알프스의 산과 능선을 걸으면서 체험한 자연을 토대로 한 것입니다. 카메라 렌즈를 통해 본 중앙 알프스의 명봉을 중심으로, 산악 지대 자연계에 존재하는 폭포와 꽃밭, 삼림과 동식물, 나아가 자연 현상에까지 시점을 맞추어 소개하겠습니다.
첫 회는 「센죠지키(千畳敷)에서 놋코시죠도(乘越浄土) 능선으로 나와, 고마카이노이케(駒飼ノ池), 노가이케(濃ヶ池)를 거쳐 쇼기가시라야마(将棊頭山)에」라는 제목으로 중앙 알프스 북부에 위치하는 고마가타케(駒ヶ岳) 주변을 찾아갑니다.

센죠지키에서놋코시죠도능선으로나와, 고마카이노이케, 노가이케를거쳐쇼기가시라야마에

유명고찰의일본정원을뛰어넘는조형미, 중앙알프스(기소산맥)

중앙 알프스는 일본 열도 중앙부에 해당하는 나가노(長野)현에 있는 산맥으로, 이나다니(伊那谷)와 기소다니(木曽谷) 사이를 동서로, 덴류(天竜)강과 기소(木曽)강 사이는 남북으로 걸쳐 있습니다. 북쪽의 쿄가다케(経ヶ岳)에서 남쪽의 에나산(恵那山)·오카와 이리야마(大川入山)까지 거의 남북 일직선으로 이어집니다. 남북 약 100km, 동서 약 20km의 범위에해발 3000m 가까운 산들이 이어져 있습니다.  산지 쪽의 상승에 따른 역단층으로 융기한 산 덩어리 때문에 산기슭에서한꺼번에 솟아오른 험준한 지형입니다. 지각 변동으로 생성된 산맥은 그 후의 유구한 시간을 거쳐 케른콜(kerncol), 케른버트(kernbut)라고 불리는 단층 산지 특유의 침식 작용으로 삼각형의 능선을 배열합니다. 산기슭에서 바라보면 그 광경이 손에 잡힐 듯 보입니다.

중앙 알프스 중에서 눈잣나무가 자생하는 고산대 산들은 고마가타케에서 북동쪽으로 파생하는 능선 위의 정상, 쇼기가시라야마(将棊頭山)와 차우스야마(茶臼山)를  북단으로, 남쪽의 코스모(越百)산까지가 그 범위입니다. 호켄다케(宝剣岳), 나카다케(中岳), 산노사와다케(三ノ沢岳), 히노키오다케(桧尾岳), 구마자와다케(熊沢岳), 우츠기타케(空木岳), 미나미코마가아케(南駒ヶ岳), 센가이레이(仙涯嶺) 등의 명봉이 연립합니다. 각 명봉의 동쪽 바로 아래에는 카르(빙하의 침식으로솥 밑바닥 모양으로  형성된 지형)가 잔존하여 빙하시대의 자취를 남기고 있습니다. 또한 고마가타케 산 정상의 남동면에는 잔설이나 적설층의 침식 작용으로 오목하게 들어간 일본 유일의 페이브먼트이자 일본에 2개 밖에 존재하지 않는 빙하호인 노가이케(濃ヶ池)도 조용하게 호수면을 담고 있습니다.  호켄다케(宝剣岳), 우츠기타케(空木岳), 센가이레이(仙涯嶺)는 중앙 알프스 3대 암봉이라 불리며 피라미드와 같은 산세와 함께, 중앙 알프스의 풍모라 할 수 있는 특징적인 고산 경관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일본 알프스 중에서는 작은 규모이지만, 험준한 산세로 각 명봉에서 흘러나오는 계곡에는 폭포가 이어지고 아름다운 폭포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또한 골짜기의 수원에 해당하는 카르는 삼림 한계에 위치하여 한랭한 기후로 변형해 자라는사스래나무나 마가복이라고 하는 수목의 조형미와, 봄의 새잎과 가을의 단풍과 겨울의 안개 얼음이 아름다워, 우리의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해 줍니다.

또 하나의 특징은 화강암 산으로는 일본에서 가장 높고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는 점입니다. 하얗게 빛나는 바위와 반짝이는 자갈 산릉에, 녹색의 눈잣나무와 꽃밭과 단풍 수목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산악 경관은, 유명 고찰의 일본 정원을뛰어넘는 조형미라 할 수 있습니다.

험준한 산세가 가져다주는 장점은 아직도 있는데, 산기슭에서 불어 올라오는 바람이 산 정상 암봉에 부딪히면서 구름이나 안개가 발생하는 희귀한 기상 현상도 일어납니다.  브로켄 현상(산꼭대기에서 태양을 등지고 서 있으면 앞쪽 구름에자신의 그림자가 크게 비치며 그 둘레에 무리가 생기는 현상)이나 햇무리, 무지개로 나타납니다.

로프웨이아래에보이는나카고쇼 골짜기최대의카가미노 폭포

고마가타케 로프웨이를 타고 발밑 나카고쇼(中御所谷)골짜기에 전개되는 폭포군을   보면서 빙하의 침식 작용으로 형성된센죠지키(千畳敷)로 올라갑니다.

겨울철 나카고쇼 골짜기에 쌓인 다량의 눈이 봄에 비가 오면 무너져 내려 눈사태가 날 때 폭포 암벽을 깎아 마치 거울처럼 연마됩니다. 그 모습이 카가미노(鏡ノ;거울의) 폭포 이름의 유래가 된 것 같습니다.

센죠지키에 싹튼 마가목 새잎과 호켄다케

센죠지키(千畳敷)는 약 2만 년 전 빙하기 말기, 빙하의 후퇴로 주위의 산 표면을 빙하가 깎아내 출현한 카르 지형입니다. 그 때문에 호켄다케(宝剣岳)나 이나마에다케(伊那前岳)라고 하는 산에서 눈 녹은 물이나 빗물이 침투해 지하수가 풍부하게 형성되어 여름 고산식물의 보고가 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대형 꽃이 피는 줄기 긴 고경 초원의 꽃밭과 배후의 호켄다케와 어우러진 산악 풍경은 일본의 절경 100선으로 꼽힐 정도로 일본 굴지의 경관입니다. 센죠지키(千畳敷)는 해발2612m로 중앙 알프스의 삼림 한계에 있으며, 그곳에 서식하는 사스래나무와 마가목은 한랭한 기후 때문에 변형되어 성장하기 때문에 조형적인 모습입니다. 싹트는 새잎, 피가 스며든 듯한 단풍, 꽃핀 것 같은 나뭇가지  얼음 모습 등이  절경을 이룹니다.

놋코시죠도 부근에서 바라본 이나마에다케를 물들이는 아침 노을 구름

센죠지키에서 핫쵸자카(八丁坂)라 불리는 험준한 산을 숨을 헐떡이며 올라가면 놋코시죠도(乘越浄土)라는 능선 위의 평탄한 지형이 나옵니다. 동쪽으로 눈을 돌리면 삼각뿔 산 모양의 이나마에다케(伊那前岳)가 보입니다. 40분 정도면 정상까지 왕복할 수 있어 올라 가 볼 것을 추천합니다. 도중에 다카토(高遠;현 나가노현 이나시)번 관료였던 사카모토 텐잔(坂本天山; 1745-1803)의 한시를 새긴 비가 세워져 있습니다. 사카모토 텐산은 중앙 알프스의 단체 등산의 선구자로 유명합니다. 1784년 110여 명을 데리고 미야타(宮田; 현 나가노현 가미이나군) 마을에서 이나마에다케에 올라 영토 견문뿐아니라 다카토 번 무사의 사기를 높였다는 찬사를 받고 있습니다.

초여름에 놋코시죠도(乘越浄土)에서 바라보면, 이나마에다케의 오른쪽에서 아침 해가 떠오르고, 오른쪽 후방에는 영봉 후지산과 남 알프스가, 왼쪽 후방에는 활화산인 아사마(浅間)산이 보입니다. 반대편에는 영봉 미타케(御岳)산이 보여, 에도시대에는 이 세 개 화산이 분화해 연기를 내뿜는 광경이 보였을 것입니다.

놋코시죠도(乘越浄土)라는 지명에서도 알 수 있듯, 정토(浄土)에 있는 듯한 찬란한 광경이 펼쳐지는 곳입니다.

코마가이노이케부근의쿠로카와최상부의폭포

놋코시죠도 왼쪽으로, 호켄(宝剣)산장 앞에서 오른쪽으로 약 20분 내려가면 고마카이노이케(駒飼ノ池)에 다다릅니다. 이곳은 과거 빙하호가 존재했던 카르로 알려져 있습니다만, 현재는 나카다케(中岳) 등의 산맥으로부터 토사가 유입되어, 하나의 물줄기만 남게 되었습니다.

고마카이노이케(駒飼ノ池)는 옛날에 검은색 몸통과 흰색 꼬리에 8척에 달하는 신령스러운 말이 물을 마시러 온다는 전설에서 이름이 붙여졌다고 합니다.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1534-1582)가 이 말을 사냥하러 가자고 가신에게 명했지만, 혼노지의 변으로 자결하여 실현되지 못했다고 합니다.

고마카이노이케에는 카르를 증명하는 모레인(moraine; 빙하에 의해 운반된 하류에 쌓인 돌무더기)이 다량으로 퇴적되어 있지만, 고마카이노이케의 하나의 물줄기와는 별도로, 남쪽 끝은 구로카와(黒川) 원류의 골짜기가 있어, 거기서 중앙 알프스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폭포를 볼 수 있습니다.

나카다케 동쪽 바로 밑의 암봉과 피어오르는 구름

고마카이노이케에서 굴러떨어질 것 같은 험준한 산 표면을 단숨에 내려가면, 노가이케(濃ヶ池)까지, 나카다케(中岳) 동쪽바로 아래를 북쪽으로 돌아 나가는 코스입니다. 골짜기를 몇 개 넘지만 8월 상순까지 눈이 남아 있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할 구간입니다. 도중에 예리하고 거대한 화강암을 여러 개 볼 수 있는데, 푸른 하늘에 고층 구름이 솟아오르면 정해진 것처럼 조형적인 형태로 변화해, 낯익은 산악 경관에 윤기를 더해줍니다.

구름이빛나는노가이케

일본에 2개, 중앙 알프스 유일의 빙하호인 노가이케(濃ヶ池)에는 전설이 있습니다. 산기슭의 고이데(小出) 마을에 오노상(お濃さん)이라는 처녀가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해 가뭄이 들어 논밭의 작물이 말라붙어, 마을 사람들은 굶주림에 시달렸습니다. 그것을 가슴 아프게 여긴 오노상은 한밤중에 살짝 집을 빠져나와 노가이케에 올라갔습니다. 비를 내리게 해달라고 기원하기 위해 노가이케에 젊디젊은 몸을 던집니다. 그때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오고 오노상이 용으로 변신해 하늘로 올라가 비를 뿌렸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고마가타케 주변은 관광객으로 붐비지만, 고마가타케에서 떨어진 노가이케는 정숙하고 신비로운 모습을 지금까지 간직하고 있습니다. 오노상의 석상과 용신 사당이 호숫가에 서 있고, 호수 면에 비친 호켄다케의 끝과 이나마에다케와 고마가타케가를 볼 수 있습니다. 가을 단풍도 빼놓을 수 없는 절경으로 필자가 추천하는 호수입니다.

쇼기가시라야마에서 바라보는 니시코마가타케

노가이케부터는 고마가타케와 쇼기가시라야마(将棊頭山)를 잇는 일명 우마노세(馬ノ背)라고 불리는 능선에서, 광대한 눈잣나무 서식지로 내려와 안부(鞍部)에서 완만하게 오르면 산꼭대기에 다다릅니다. 예전에는 류가미네(竜ヶ峰)라 불렸던정상입니다.

쇼기가시라야마(将棊頭山)는 이나(伊那) 시가지에서 바라보면 일본 장기 쇼기(将棊)의 말 모양과 비슷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이나시에서는 류가미네 동쪽에 위치한 정상이 삼각뿔로 보입니다.

산 정상에서 고마가타케 방면으로 조금 돌아가면, 중앙 알프스에서 일어난 산악 조난사고를 소재로 한 닛타 지로(新田次郎) 씨의 소설 「성직비(聖職の碑)」로 유명해진 조난비가 세워져 있습니다. 유난히 큰 화강암에 새겨져 있습니다.

사진에 찍힌 산은 왼쪽부터 이나마에다케(伊那前岳), 호켄다케(宝剣岳), 나카다케(中岳), 고마가타케(駒ヶ岳)입니다. 이것들을 총칭하여 예로부터 이나 지방 사람들은 니시코마가타케(西駒ヶ岳)라고 애칭하고 있습니다. 이나 지방에서는 이산과는 반대의 동쪽 산을 남 알프스의 히가시코마가타케(東駒ヶ岳)라고 부르고, 이 두 산을 대조해 왔습니다. 국토지리원에서는 니시코마가타케를 기소코마가타케(木曽駒ヶ岳), 히가시코마가타케를 가이코마가타케(甲斐駒ヶ岳)로 표기하고있습니다.

쇼기가시라야마(将棊頭山)에서 서남 방향으로 고마가타케에 이르는 광대한 능선에는, 눈잣나무가 끝없이 이어져, 여름에는 초록색 융단을 깔아 놓은 것 같이 선명합니다.

산 정상 바로 아래에는 일정 기간만 운영하는 오두막이 있고, 근처에 대대로 관리인이 보호 육성 관리하는 망아지풀 꽃밭이 있습니다. 그 오두막에서 묵으면서 저녁 석양과 아침 햇살에 빛나는  산 경관을 즐기는 것도 큰 즐거움의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