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각지에는 멋진 풍경이 있습니다. 그 풍경 속에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새겨져 있습니다. 사진작가 아오야기 켄지가 일본 각지에서 담아낸 후세에 남기고 싶은 멋진 풍경을 시리즈로 전해 드립니다.
이번은 잠복 천주교 신자의 마을로 알려진 “사키츠(﨑津) 마을”입니다. 2018년 7월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도 등재되었습니다.

240년간에 걸친 잠복 천주교 신앙

쿠마모토현 아마쿠사시 중심에서 국도 266호선을 타고 남쪽으로 내려가 카와 우라마치 시라키카와치(河浦町白木河内)에서 우회전하여 국도 389호선에 진입. 8km 정도 서쪽으로 가서 터널을 벗어나면 바다 내음이 부드럽게 풍겨 온다. 왼쪽에 사키츠 성당이 나타났다. 잔잔한 요우카쿠(羊角)만에 접한 사키츠 마을을 상징하는 건축물이다.

사키츠 성당은 “바다의 성당”이라고도 불리는데  언뜻 보면 바다 위에 떠 있는 것처럼도 보인다.

성당이 있는 사키츠 마을은 콘피라(金比羅)산을 중심으로 뻗은 곶의 동쪽 자락에 있는 작은 항구 마을이다.

1569년 포르투갈의 예수회 선교사 루이스 데 알메이다(Luis de Almeida) 신부에 의해 천주교가 포교된 이후 마을사람들은 천주교 신자가 되었다. 성당과 선교사의 사택도 세워지고 성당을 지원하는 신앙조직 “콘프라리아”도결성되어 사키츠 마을은 아마쿠사(天草)지역의 천주교 포교의 중심지가 되었다.

그 후 아마쿠사 지역은 천주교 다이묘(영주)인 코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가 지배하게 된다. 1591년부터 1597년동안 선교사를 양성하는 신학교 코레지요가 사키츠 마을의 이웃 마을에 세워졌다. 큐슈(九州) 지방의 천주교 다이묘인 오오토모 소우린(大友宗麟), 오오무라 스미타다(大村純忠), 아리마 하루노부(有馬晴信)의 대리로 1582년로마로 파견된 「텐쇼소년사절단(天正遣欧少年使節団)」의 4명의 소년도 이 코레지요 출신이라고 한다.

1638년 토쿠가와 막부가 금지령을 내려 천주교 신자에 대한 극심한 탄압이 행해졌지만 사키츠 마을에서는 240년동안 잠복하여 천주교 신앙을 이어 왔다.

중후한 고딕 양식 ” 사키츠 성당”

현재 사키츠 마을은 ” 토우야” 라는 좁은 골목길에 민가가 밀집해 있어 독특한 운치를 느낄 수 있다. 바다로 돌출한 폭 5m 사방의 ” 카케” 라는 테라스형 목조 발판에서 건어물을 만들었다. “토우야”의 끝에는 사키츠 성당의첨탑이 보인다.

사키츠 성당은 목조건물 노후화로  1934년 프랑스인 선교사 하루부(Augustin Pierre Adolphe Halbout) 신부를중심으로 나가사키(長崎)현을 중심으로 많은 성당을 지은 건축가 테츠카와 요스케(鉄川与助)의 설계로 재건되었다.

성당은 높이 약 22m의 첨탑에 십자가를 건 중후한 고딕 양식으로 실내는 회반죽을 바른 벽이 밝은 느낌을 준다.성당 마루는 드물게 일본식 다다미가 깔려 있다.

성당이 세워진 토지는 탄압의 상징인 촌장 관사 자리로 하루브 신부의 강한 요청으로 이전 신축되었다.  이 땅은 신자를 색출해 내기 위해 예수나 성모 마리아가 새겨진 성화상을 밟게 한 장소다. 당시에는 노인과 병자는물론 갓난아기도 부모에게 안겨 성화상을 밟게 한 슬픈 역사의 현장이다.

영화 “침묵 Silence “무대

엔도 슈사쿠(遠藤周作)의 소설 『침묵』을 영화화한 마틴 스콜세이지 감독의 2016년 작품 “침묵 Silence “. 영화의 첫 장면은 포르투갈에서 파견된 신부들이 유황 냄새가 진동하고 바닥에서 뿜어져 나오는 증기와 열기로  뒤덮인 광경이 지옥 같아서 운젠(雲仙) 지옥이라 불리는 운젠온천의  열탕을  끼얹히는 고문 장면으로 시작된다. 배교를 강요당하는 것이다. 그러나 배교를 거부한 신부들은 열탕 고문 끝에 죽어간다.

등장인물인 키치지로는 가족을 배신하고, 신부를 배신하고, 주저 없이 예수가 새겨진 석판을 여러 번 밟지만 그는 평생 천주교 신자인 듯하다. 그는 형식이야 어찌 됐든 신앙이란 마음의 문제이며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다는 것을 무의식중에 실천하고 있는 인물로 보였다.

지금의 평화로운 사키츠 마을과 성당의 모습에서는 영화 속의 비참하고 피비린내 나는 장면은 상상할 수 없다.

세계문화유산에도 등재

사키츠 마을은 1996년 “일본 해안가 100선”에, 2011년에는 어촌 풍경이 “국가 중요문화적 경관”에 선정되었다. 그리고 “나가사키와 아마쿠사 지방의 잠복 천주교 관련 유산”으로 세계문화유산에도 등재. 2018년 5월 4일 국제기념물유적회의(이코모스)에 의해 “등록 적합”으로 유네스코에 권고되어, 6월 30일 중동 바레인에서 개최된 유네스코 제42차 세계 유산위원회에서 정식으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12개로 구성된 “나가사키와 아마쿠사지방의 잠복 천주교 관련 유산”에 사키츠 마을도 포함된다.

사키츠 마을 뒷산에는 성당 언덕 공원이 있다. 계단을 올라가면 공원에서 마을과 바다와 성당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일본의 향기 풍경 100선”에도 선정되어 바다 내음이 공원까지 감돌아 오는 것 같다.

그때 공원에는 나 혼자라 조용했다. 잠시 쉬고 있는데 배가 들어왔다.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인 만으로 되어 있어서일까 배의 엔진 소리가 산들에 부딪혀 반향이 되어 특별히 크게 들렸다.

공원에서 내려올 때 나는 문득 계단에서 멈춰 섰다. 사키츠 스와(諏訪)신사의 입구에 세운 기둥문 너머로 성당의 첨탑이 보였던 것이다. 스와신사는 1804년 마침내 사키츠 마을에서 잠복 천주교 신자가 발각되어 검거된 신자에게 스와신사 경내에 둔 상자에 성모상 같은 성물을 버리도록 강요된 곳이었다.

 

아마쿠사의 사키츠마을

쿠마모토현 아마쿠사시 카와우라마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