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가 눈 깜짝할 사이에 전 세계에 퍼져, 일본도 그 위협에 노출되어 있는 요즘, “아마비에”라고 하는 에도시대에 히고(肥後;현 쿠마모토현)의 바닷속에서 출현한 괴이한 물체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번 회는 이 아마비에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Text : 湯本豪一 Yumoto Kōichi / Cooperation : 湯本豪一記念 日本妖怪博物館(三次もののけミュージアム) / Korean Version : 김 소현 金 昭賢
아마비에 그림에 빌면 역병이 대유행해도 걸리지 않는다
“아마비에”는 쿄토대학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는 카와라방(瓦版; 에도시대 목판 인쇄 정보지)에 등장하는 상상 속 짐승인 환수(幻獣)입니다. 현재 많은 사람이 아마비에를 알고 있는 것은 만화가 미즈키 시게루(水木しげる;1922~2015)가 소개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아마비에”는 온몸이 비늘로 덮여 있고, 세 발과 긴 머리카락에 부리 모양의 입을 가진 징그러운 모습인데, 카와라방에 그려진 모습은 유치하고 유머러스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카와라방에는 “아마비에”가 6년간 풍년과 질병이유행하면 “아마비에”의 모습을 그림으로 남기라는 말을 하고 바닷속으로 사라진다고 적혀 있습니다.
하지만 이 카와라방은 “아마비에”의 특징을 반만 전하고 있습니다. 기록되지 않은 나머지 절반이야말로 “아마비에”의본질에 관련된 중요한 정보입니다.
그 본질에 관한 중요한 내용이란, “아마비에”의 모습을 담은 그림에 빌거나 문간에 붙이면, 많은 사람이 사망하는 역병이 대유행해도 걸리지 않는다고 알린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정보는 다른 자료에서도 확인할 수 있지만, 사실 그 자료들에서는 모두 “아마비코”(尼彦、あま彦、天日子、阿磨比古 등으로 적고 아마비코로 읽는다)로 기록되어 있으며, 카와라방의 “아마비에”는 오기라는 것이 지금은 정설로되어 있습니다. 즉, 잘못된 표기가 유명해져 버린 것입니다.
그 예언은 풍흉과 역병 유행을 한 세트로 하고 있다
또한 그림에 옮겨진 모습도 일정하지 않습니다. 이 “아마비코”는 예언 요괴라고 불리는 것으로, 그 예언은 농사의 풍흉과 역병 유행을 한 세트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구체적으로는 풍작과 흉작을 예언하는 경우가 있으며, 역병에 대해서는 콜레라, 독감 등 병명이 기록된 것도 보입니다.
풍흉과 전염병 유행 예언이 세트가 된 것은 이 두 가지가 인간의 생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 쪽도 인간의 노력으론 한계가 있어 결국에는 하늘에 운을 맡길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풍작과 흉작은자연에 좌우되며, 역병 유행도 의학과 과학적 지식이 부족한 에도시대 사람들에게는 손 쓸 방도가 없는 재앙으로, 인지를 초월한 무언가의 소행이라고 믿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역병에서 구해 줄 묘법을 전수하는 것이 예언 요괴입니다. 그것도 그다지 어려울 것도 없이, 예언 요괴의 모습을 담은 그림에 빌거나 문간에 붙이기만 하면 됩니다. 이것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인 많은사람에게 소박한 예언 요괴 신앙이 확산된 이유라고 생각됩니다.
사람들 마음에 단단하게 뿌리내린 역병 쫓는 예언 요괴
이런 사람들의 심리에 파고들어 역병이 유행할 때 예언 요괴를 그린 목판 인쇄물을 팔고 다니며 큰 이익을 본 인물도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을 정도입니다. 코로나19를 틈타 마스크를 고가에 팔거나 하는 상황과 비슷한 일이 에도시대에도 벌어졌던 것입니다.
그런데 “아마비코”는 바다뿐만 아니라 논에서도 나타났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이처럼 예언 요괴는 바다와 육지 그리고하늘에서도 출현했고, 그 다양한 모습이 기록된 것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역병을 쫓는 묘법을 전한다는 예언 요괴가 이렇게까지 사람들 마음에 단단히 뿌리내린 사실에서, 당시의 시대 배경과 어려운 환경 속에서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았던우리 조상들을 떠올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