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로 지정한 홋카이도견 (北海道犬), 아키타견(秋田犬), 시바견(柴犬), 카이견(甲斐犬), 키슈견(紀州犬), 시코쿠견(四国犬)의 6견종을 비롯해 일본에는 다양한 토종견이 있습니다.
삼각형의 쫑긋 선 귀, 굵고 힘찬 꼬리, 소박하고 거친 털. 낯선 사람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 「일대일주(一代一主)」의 독립적 기질. 마치 무사와 같은 충실한 기질이 해외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일본개」는 어디에서 왔으며 어떤 진화를 거듭했을까요?
그 뿌리와 진화의 역사에 대해 동물 행동학 전문가이자 개에 관한 저서도 다수인 아자부 대학 수의학부 교수 기쿠스이 다케후미(菊水健史) 씨에게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늑대와개는같은조상을가진다른종

개의 조상은 늑대. 오랫동안 그렇게 믿어왔습니다. 실제로 미토콘드리아 DNA 배열을 코요테나 자칼 등과 비교했을 때 개는 늑대와 가장 가까운 관계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개와 늑대는 같은 조상에서 갈라진 다른 종(아종)이라는 사실이 최근 연구에서 밝혀졌습니다. 개는 1990년대까지 행동학이나 유전학의 연구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2000년대 들어세계적으로 개 연구가 활발해져 지금이 개 연구의 황금시대라 할 수 있습니다. 개에게만 인정되는 사람과의 뛰어난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 늑대와 다른 점이 계속해서 보고되고 있습니다.

그러면 개가 언제 어떻게 늑대와의 공통 조상과 갈라져 「개」라는 종이 되었을까요?

아직 연구 중입니다만, 아마도 늑대와 개의 공통 조상 중에서 겁이 없고 사람에게 접근하는 개체가 등장해사람도  「늑대를 똑 닮았지만 사람에게 다가오는 동물」을 사냥이나 경비 파트너 등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었던 것이 아닐까요. 그것이 아마도 사람과 개의 조상과 만남이었고, 점차 사람에게 더 친화적인 개체를 골라 교배한 것이 개라고 생각합니다.

본인도 개를 매우 좋아해 애견(스탠더드 푸들)들을 연구실에도 데리고 온다는 기쿠스이 교수.

늑대와 DNA가가장가까운일본개

「개」가 지구상에 등장해 사람과 살면서 용도에 맞춘 교배가 반복되어, 지금은 전 세계에 다양한 견종이 있습니다. 그중에서 「늑대와 유전자가 가장 가깝다」는 일본개가, 특히 시바견(柴犬) 과 아키타견(秋田犬)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있습니다. 이것은 일본개가 「늑대와 분류되기 전의 공통 조상」의 DNA를 보유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일본개의 특징인 낯선 사람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않고 용맹한 성격이나 스스로 생각하여 행동하는 영리함은 이 원시의 늑대 기질이 짙게 남아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또한 일본개의 특징인 삼각형의 쫑긋 선 귀와 말린 (또는 앞으로 기울어진) 꼬리, 전체적으로 작은 체형은 수천 년 전유적에서 발굴된 원시적인 개의 특징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섬나라인 일본의 자연환경과 최근까지 인위적인 교배를 하지 않아 순혈종이 유지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죠몬 유적에서 나온 개와 가까운 골격을 가져, 현재까지 엄격한 관리로 원종이 보존되고 있는 「죠몬 시바견」의 박제(위)와 골격 표본(하). 사진/ 아자부 대학 이노치노(いのちの) 박물관 제공

사람과함께건너온 2종류의개

그럼 드디어 일본개의 뿌리에 대해서입니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개의 뼈는 죠몬 시대 초기인 약 9500년 전 카나가와(神奈川)현의 유적에서 발견된 것으로 죠몬인이 대륙에서 건너올 때 같이 데려온 개의 골격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에히메 (愛媛)현에 있는 7200~7300년 전의 유적에서는 매장한 개의 뼈도 발견되어 죠몬 시대에 사람과 개가 공생했다는것을 명백하게 알 수 있습니다.

야요이(弥生) 시대가 되면 야요이인이 야요이견(弥生犬)이라는 개를 데리고 한반도에서 건너옵니다. 개는 사람과 같이 행동하기 때문에 야요이인이 세력을 넓히면서 기존의 죠몬인은 쫓겨나 죠몬견과 함께 일본 열도 남북으로 이동해 갔습니다. 그 결과 일본의 중간 정도에 야요이견, 양 끝인 홋카이도와 오키나와에 죠몬견이 많아졌습니다. 물론 이 두 종의 교잡도 많아져, 현재 일본개의 뿌리는 죠몬견과 야요이견, 그리고 둘의  교잡종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또한 마을로 내려가지 않고 산과 숲에서 살던 개 중에 일본 늑대와 교잡한 것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개 안에 늑대의 피가 섞여 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개의 종류는자연도태와사람의필요에 따라 정해졌다

마지막으로 죠몬견과 야요이견에서 어떻게 현재와 같은 일본개가 등장했는지에 대해서입니다. 개는 자연환경과 용도에 따라 지금의 모습으로 변화해 왔다고  생각됩니다.

예를 들어 아키타견(秋田犬)은 곰 사냥에 이용되기 때문에 몸집이 큽니다. 카이견(甲斐犬)은 산악 지대에서 산양 등을사냥하기 위해 45도 경사에도 아랑곳없이 뛰어 올라갈 수 있는 강한 다리를 갖고 있습니다. 일본은 산림과 절벽이 많아 민첩하게 돌아다니며 사냥하기 쉽도록 소형화했을 것이라고 추측됩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일본개는 소형에서 중형 크기입니다.

뒷다리 비절(飛節)이 발달하여 절벽과 암벽도 가볍게 뛰어오르는 카이견(甲斐犬)

또한 사람의 「용도」에 맞춘 교배에 있어서,  일본에서는 약 50년 전까지만 해도 개를 놓아  길러 자연교배가 이뤄지던곳이 있습니다. 그 때문에 강한 개체끼리 자손을 남겨 원종에 가까운 유전자가 유지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유럽은 약200년의 교배 역사를 배경으로 인간이 목적을 가지고 엄중하게 교배 관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서양개(洋犬)는 사교적인성격에 사람의 말을 잘 듣는 데 반해, 일본개가 비사교적이고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특징은 교배의 역사가 크게 관여하고 있습니다.

최근 일본개 브리더가 증가하여 얌전하고 보다 작은 체구 등으로 기르기 쉽게 개량하여 본래 기질과 다른 일본개도 많아졌습니다. 또한 6종의 천연기념물 외에는 보존되지 않고 조용히 사라지고 있는 일본개도 있습니다.

지금은 혈통을 이어 온 일본개의 과도기일지도 모릅니다. 한편 죠몬 시대의 유적에서 나온 골격을 참고로 토종개 재현을 위한 교배를 수십 년간 지속하고 있는 「천연기념물 시바견 보존회」등 원종 보존 활동을 하고 있는 단체도 있습니다. 죠몬시대에 사람과 함께 신천지로 건너온, 생존을 위해서 빼놓을 수 없는 파트너였던 일본개. 그 혈통을 앞으로도 지켜가고 싶습니다.

인터뷰 후 임상 수의사이자 동물행동학을 연구하는 후배 시모조노 나오코 (下薗なおこ)씨와. 동물병원에 찾아오는 다양한 개를 진찰하고 있는 시모조노 씨가 동석해 주셨습니다.

기쿠스이 다케후미(菊水健史)(Kikusui Kenji)

아자부대학 수의학부 개재(介在)동물학연구실 교수

1970년 가고시마(鹿児島)현 출생. 동경대학 농학부 수의학과 졸업. 동경대학 농학생명과학연구과(동물행동학 연구실) 조수를 거쳐, 2007년 아자부대학 수의학과 반려동물학연구실 조교수, 2009년부터 현직. 전문은 동물행동학. 주요 저서로「생물 산책로(いきもの散歩道) 」(분에이도출판文永堂出版), 「소셜 브레인(ソーシャルブレイン)」(동경대학출판회東京大学出版会), 「개와 고양이의 행동학(イヌとネコの行動学)」(학창사学窓社), 「일본의 개-인간과 함께 살다(日本の犬 人とともに生きる」(공저·동경대학출판회東京大学出版会), 「사랑과 분자-서로 이끌리는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愛と分子 惹かれあう二人のケミストリー」(동경화학동인東京化学同人)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