죠몬 시대 사람과 함께 대륙에서 건너왔다고 전해지는 일본개는 험준한 산과 강이 많은 일본이라는 섬나라에서 독자적으로 진화해 왔다. 최근까지 비교적 사람의 손에 의한 교배와 개량을 거치지 않고, 강한 개체끼리 자손을 남기는 자연 섭리에 따른 진화를 이루어 왔다.
그래서 일본개는 세계적으로도 원시적인 기질이 짙게 남아 있는 견종이다.
이 시리즈에서는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시바견(柴犬), 키슈견(紀州犬), 시코쿠견(四国犬), 홋카이도견 (北海道犬), 카이견(甲斐犬), 아키타견(秋田犬) 6종의 일본개의 뿌리를 찾고자 한다.
Text & Photo : 舟橋 愛 Ai Funahashi / Korean Version : 김 소현 金 昭賢
Keyword : 일본개 / 죠몬시대 / 시바견 / 쿠로이 마키(黒井眞器) / 일본개 보존회 / 천연기념물 / 시바견 보존회
시바견은여러종류가있다
첫 회는 일본개 중에서 가장 많이 사육되는 시바견이다. 시바견은 일본개 중에서 4번째(멸종한 코시노이누(越の犬)를 포함하면 5번째)로 1936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그런데 일본개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상식일지 모르지만, 시바견은 다양한 종류가 있다. 「미노(美濃)시바」「신슈(信州)시바」「산인(山陰)시바」와 같이 지역마다 특색 있는 시바견이 있고, 유전자적으로도 이 중 몇 종은 완전히 다른 견종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왜 일괄적으로 「시바견」이라 하는가. 「시바(柴)」는 원래 “작다”는 의미로, 각 지역의 작은 강아지를 시바견이라고 불렀다든가, 시바색(갈색)이었기 때문이라는 등 여러 설이 있다. 덧붙여서, 일본개라고 하면 서양개에 비해 체구가 작은 이미지가 강하지만,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일본개 중에서 「소형견」에 속하는 것은 시바견뿐이다. 어쨌든, 작은섬나라에 맞추어 진화한 작고 재빠른 강아지가, 각지에서 사람에게 유용하고 소중히 여겨져 오늘날까지 계승되어 온 것은 틀림없다.
이번 회는 그중에서도 「천연기념물 시바견 보존회(이하, 보존회)」의 시바견을 찾아갔다. 보존회의 시바견은 죠몬 시대유적에서 발굴된 개의 골격에 가깝게 교배한 원시적인 개라고 해서 꼭 보고 싶었다.
죠몬 시대개의골격을목표로
방문한 곳은 보존회의 부회장으로 40년 이상 시바견 교배에 종사해 온 쿠로이 마키(黒井眞器) 씨 자택. 쿠로이 씨는 개를 좋아해 어릴 적부터 다양한 개를 길러 왔지만, 보존회의 시바견을 맞이하여 그 훌륭함에 매료된 이래, 보존회의 시바견을 길러 세상에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다.
「죠몬 시대 유적에서 출토된 개의 골격」은 체고는 40㎝ 미만으로 큰 것은 47㎝ 정도이고, 액단(額段; 이마와 주둥이 사이의 경계)이 완만한 얼굴형을 갖고 있다. 보존회가 죠몬개의 골격을 목표로 약 70년간 교배해 온 시바견은 늑대나 여우를 떠올리게 하는 갸름한 얼굴의 소형견이다.
여담이지만 현재 시바견은 모두 「중호(中号)」(1948년 4월생)라는 수캐가 조상이라고 한다. 이 중호를 중심으로, 보존회의 시바견도 일본개 보존회의 시바견도 만들어져, 그중에서 죠몬개의 골격을 고집하여 교배하고 있는 것이 보존회의시바견이다.
생김새가기질에도영향을미친다?
죠몬 시대 살았던 개의 골격은, 지금보다 현저하게 혹독한 자연환경에 적합하게 형성되었을 것이다. 그 골격에 가깝게교배해 온 보존회의 시바견은, 적당한 두께의 몸통과 약간 앞쪽으로 기운 귀, 강인한 앞다리, 강력한 비절(飛節)을 가진뒷다리, 두 층으로 나뉜 (잘 보면 솜털과 강모 사이에 중간 길이의 털이 있어 세 층으로도 보인다) 털, 큰 송곳니를 가진다. 두 겹으로 된 털은 눈이나 물에 젖어도 체온을 빼앗지 않는다. 쿠로이 씨의 애견들을 보면, 모두 작은 소리에도민감하게 반응하고 낯선 손님에게 흥분해 짖으면서 가볍게 50~60cm를 뛰어오른다. 현재도 산새나 토끼 사냥에 활약하는 시바견이 있다는데, 사냥감의 위치를 예리하게 찾아 산야를 바람처럼 달리는 모습이 쉽게 상상된다. 쿠로이 씨가「매료되었다」라는 기질이 보통 개와는 조금 다른 것 같다.
쿠로이 씨가 처음 보존회 시바견에 감탄한 것은, 정원에 묶어 놓았을 때로, 지금까지 키운 개들은 툇마루 다리에 쇠목줄이 얽혀 짖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처음으로 기른 보존회 시바견 「미카」는, 얽혀도 역방향으로 빙글빙글 돌아 목줄을 스스로 풀어 버렸다고 한다. 또한, 새끼들을 낳았을 때는 빈틈없이 배열하여 그 폭으로 마릿수를 관리했던 것같다고도 했다. 「아무래도 이 개에게는 “방향”과 “공간” 감각이 있는 것 같다」라고 쿠로이 씨가 덧붙였다.
쿠로이 씨의 딸 리에(理惠) 씨도, 어릴 때부터 시바견과 살아와서 그 기질을 잘 안다. 리에 씨는 보존회 시바견을 키우는 것은 「주인의 수준을 시험받는 것 같다」라고 한다. 예를 들면, 뭔가 이상을 느꼈을 때 평소 가지 않는 장소에 가거나 냄새를 맡고는 힐끗 주인을 본다. 이것이 「이상 있음」의 신호인데, 주인이 알아채지 못하면, 「모르면 그만」이라는 듯이 다시 가르쳐 주지는 않는다.
「개가 냄새를 맡고 쳐다본 것 같아 나중에 확인하러 가보면, 그 자리에 죽은 쥐가. “그래서 여기를 보고 있었구나!”라고놀라 돌아보면, “늦었지만, 알았으니까 뭐 괜찮아”라는 표정을 하고 있습니다. 개가 보내는 신호를 감지 못하는 사람은개가 멍청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터무니없죠. 알면 알수록 이렇게 재미있는 개가 없습니다.」
어쨌든 이상을 알아채는 것도, 알리는 것도 빠르다. 또 주인이라도 무턱대고 만지지 못하게 하는 시바견이 많지만, 주인의 생각을 미리 읽은 것처럼 앞서 행동하는 경우가 많아 의사소통의 묘미를 느끼게 해준다고 한다.
죠몬 시대에는 개와 함께 사냥할 때, 인간도 개의 의도를 읽어내는 기술이 필요했을 것이다. 죠몬개의 외형에 가깝기때문에 그 기질까지도 되살아난 것인지, 보존회의 시바견은 의사소통 방법도 사고력도 남다른 것 같다.
희소한만큼주인에게는요청도
야성미 넘치는 보존회 시바견은 일반 시바견보다 그 수가 매우 적다. 예를 들면, 재팬 케널 클럽(Japan Kennel Club)에2018년도 등록된 시바견은 10,553마리지만, 보존회 시바견은 매년 300마리 정도로 총 5000마리가 될까 말까다.
개 주인이 되려면 보존회에 문의하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나, 새끼가 태어나는 시기가 맞지 않는 등으로, 몇 년이나기다리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또한, 향후 과제인 「70년간 다져온 모습을 지키기」위해, 보존회는 주인에게 교배나 전람회 참가를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 의무는 아니지만 죠몬 시대에 살았던 개의 모습을 지금도 볼 수 있고 기를 수 있다는 기적을 생각하면 납득이 간다. 보존회 시바견은 귀여워하며 키우는 것만 아니라, 보존의 관점에서도 검토하고 싶은견종이다.
쿠로이 마키 씨
1926년 도쿄 출생
1959년 우에노가쿠엔(上野学園)대학 음악학부 졸업
2002년 천연기념물 시바견 보존회 부회장 취임
어릴 때부터 일본개을 길러왔고 보존회 시바견에 매료되어 일본개의 혈통 보존에 40년 이상 종사. 충견으로 유명한 하치코를 직접 봤다고 함.
*천연기념물 시바견 보존회 ⇒ http://www.shibah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