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의 감염 확대가 멈추지 않고 있다. 이미 전 세계 감염자가 600만 명에 이르고 사망자는 37만 명을 넘는다고 한다(2020년 6월 1일 기준). 이 세계적인 감염증의 유행 앞에 사람들은 새삼 자신의 무력함을 절감하고 있다.
여기서는 지난 회에 이어 늑대신앙과 역병에 대해 알아보겠다.

옛날에는진심으로늑대의효력을믿었다

최근 SNS에서는 반인반어(半人半魚) “아마비에”(예언 요괴)가 화제가 되고 있다. 역병 퇴치에 효험이 있다는 “아마비에”의 힘을 빌리려고 많은 “아마비에”그림이 투고되었다. 역병이 돌 때는 예나 지금이나 역병을 쫓는 방법도 유행하는 것처럼 늑대신앙도 그중 하나다. 다만 진심으로 늑대의 효력을 믿었던 옛날과 지금의 “아마비에”유행과는 그 진지함이 다를지 모르지만.

“아마비에”가 코로나19를 막아주리라고는 아무도 믿지 않지만, 어려울 때일수록 유머와 여유를 가지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마비에”의 유행은 이 난국을 극복하려는 서민 연대감의 표명이기도 할 것이다.

지난 회(늑대신앙 11회 「늑대신앙과 역병」)는 콜레라 등의 역병과 늑대신앙(주로 미츠미네(三峯)신앙)에 대해 다뤘다.→ https://manabi-japan.jp/culture/20200205_18395/

오카야마(岡山)현 다카하시(高梁)시에 있는 키노야마(木野山)신사도 짧게 언급했는데, 이번 회에는 키노야마(木野山)신사의 오오카미사마(狼さま)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다.

키노야마신사는예로부터유행병에신통한영험이있었다

JR하쿠비(伯備)선 키노야마(木野山)역 근처, 오카야마(岡山)현 다카하시(高梁)시에 있는 키노야마(木野山)신사를 참배했다. 북쪽으로는 추우고쿠(中国) 산맥이 이어져 있고, 남쪽으로는 다카하시(高梁) 시가지가 펼쳐지는 경승지다. 산 정상에는 키노야마(木野山)신사의 오쿠미야(奥宮), 산록에는 사토미야(里宮)가 있으며 예로부터 “키노야마(木野山) 상”이라 불리며 사랑받아 온 신사다.

사토미야(里宮) 본전 앞 배전의 신에게 올리는「소금, 술, 떡, 제수소」에는 많은 소금이 봉납 되어 있다. 늑대 전설에 「늑대가 소금을 좋아한다」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늑대에게 소금을 주고 돌아가게 한다든지 늑대가 잡아먹고 남긴 것(이누오토시)을 받을 때도 소금을 답례로 두었다든지……

신사 사무소에서 늑대 그림이 그려진 부적을 받았다. 한 쌍의 늑대가 마주 보고 있는 그림으로 상당히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다. 늑대를 동일본에서는 “오이누사마(お犬さま)”로 부르는데, 여기는 키노야마 신사의 사자(使者)로써 “오오카미사마(狼さま)”혹은  “오오카미상(狼さん)”이라 불린다고 한다.

키노야마 신사도 동일본 사이타마(埼玉)현 치치부(秩父)시의 미츠미네(三峯)신사처럼 늑대신앙과 관련된 신사다. 예로부터 유행병과 정신병에 영험이 뚜렷하여 에도 후기부터 메이지 중기에 걸쳐 콜레라와 장티푸스와 같은 전염병이 유행할 때 병을 퇴치한다는 “오오카미사마(狼さま)”가 신봉되었다. 현재도 오카야마현에는 다양한 키노야마 신사의 분사가 남아 있는데 콜레라 치유를 기원하여 오오카미사마(狼さま)를 맞이한 것이라고 한다.

유리를 끼운 격자 모양의 수신문(隋神門) 좌우에는 한 쌍의 ‘아훔(阿吽)’ 늑대 목상이 앉아 있다. 채색된 늑대는 역병을 막아줄 것 같은 기백이 느껴지는 모습이다.

원래 여우에게 홀려서 생긴다는 정신병에 늑대는 중요한 존재였다. 여우의 강적이 늑대이기 때문이다. 이는 동일본 지역에서도 마찬가지로 여우에게 홀려서 난 정신병을 고치기 위해 늑대의 유골을 사용했다.

키노야마 정상의 말사(末社; 본사에 부속된 신사)에는 용을 뜻하는 오카미(龗) 와 관련된 다카오카미노카미(高龗神)와 쿠라오카미노카미(闇龗神)가 모셔져 있는데, 용이 아닌 늑대의 모습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이곳에 기도소가 있어서 여우에 홀린 환자들이 숙박하면서 여우를 쫓기 위해 기도를 올렸다고 한다.

늑대는호랑이보다강하다

1879년 초여름부터 가을에 걸쳐 콜레라가 대유행했다. 오카야마현에서는 감염자 9084명, 사망자 4949명에 이르렀다. 각지에 감염자 격리 시설인 ‘피병원(避病院; 격리병원)’이 마련되었는데, 「감염자나 그 가족은 피병원에 격리되는 것을 기피해서 감염을 숨기거나 병원 수용에 반발하여 경찰관의 설득으로 부득이하게  수용시키는 상황이었다」「아직 과학적 방역법이 보급되지 못해 일반 주민은 의학보다 ‘주술’이나 기도에 의존하는 상태였다」 (시노하라 유우조(篠原勇造)「essay 오카야마 이것저것」에서)라고 한다.

콜레라를 ‘호열자(虎列刺)’로 표기한 것에서 “늑대는 호랑이보다 강하다”는 이유로 늑대신앙(키노야마 신앙)이 산요(山陽) 산인(山陰) 시코쿠(四国)지방으로 확대되어 갔다. 키노야마 신사에는 콜레라를 면하려는 사람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참배했다.

1886년에는 1879년에 이어 콜레라로 인해 많은 사망자를 냈다. 키노야마 신사의 가마(神輿)를 메고 콜레라 퇴치를 기원하는 것이 유행했지만, 참배자가 늘어나면 오히려 병을 만연시킨다고 해서 오카야마현은 많은 사람이 키노야마 신사를 참배하는 것을 금지하는 공고까지 내렸다고 한다.

1879년 콜레라 유행으로 시마네(島根)현(현재 시마네·돗토리(鳥取)현)에서도 키노야마 신사의 늑대 신앙이 급속히 퍼졌다고 한다. 마츠에(松江)시 역사 강좌 「전염병의 대유행과 신앙」(키타무라 마사코喜多村 理子)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과정을 알 수 있다.

6월 17일 밤, 카가우라(加賀浦)에서 여성이 발병, 19일 사망.
6월 21일, 시마네(島根)현내 육해(陸海) 요충지 35개소에 검찰소 설치.
6월 24일, 단속 위원에게 관할 지역을 순시해 훈계할 것을 요청. 청소할 것, 토사물이나 배설물은 인가에서 떨어진 땅에 묻을 것, 사망자가 발생했을 때는 의사의 진단서를 첨부해 신속하게 군청과 경찰서에 신고할 것 등.
7월 8일, ‘콜레라(虎列刺) 예방 및 소독법 수칙’ 배포.
7월 12일, 콜레라 환자를 실어 나르는 곳(인가에서 동떨어진 빈집, 암자, 오두막)을 피병원(避病院; 격리병원)이라 부르며 노란색에 “콜레라”라고 검은색으로 쓴 깃발을 꽂는다. 환자와 사망자를 옮길 때는 노란색 작은 깃발에 “콜레라”라고 검은색으로 쓴다.

8월부터 9월까지 “검역법” “군집 정지”가 시행되는 등 대책이 마련됐다. 예나 지금이나 감염증 대책은 동일한 점이 있다. 피병원으로 불린 격리시설을 만들거나 사람 간의 접촉을 피하기 위해 “군중 정지”를 하기도 했다. 이러한 것이 해제된 것은 1~2개월 후였다.

이 해의 시마네 현내 콜레라 환자 3317명, 사망자 2149명이 발생했다. 치사율이 약 64.8%였다. 돗토리(鳥取) 시가는 “그 잔혹함이 이를 데 없다”라고 하였다.

눈에 보이지 않는 콜레라균에 의해 사람이 죽어가는 이상한 상황을 눈앞에 두고  과학적 지식이 부족했던 당시 사람들은 호랑이 같은 모습을 한 괴물이나 악령이 그 원인이라 망상했다. 더욱이 일본에는 없는 이국적 동물인 호랑이를  퇴치해 주는 것은 일본의 최강 동물인 늑대 즉 “오오카미사마”밖에 없다고 생각한 것은 자연스러웠을 것이다. 게다가 늑대는 예로부터 여우에게 홀려서 난 정신병에도 효과가 있다고 믿어져 왔다.

늑대의 “강력”한 이미지가 여우에게 홀려서 난 정신병이나 콜레라에 효과가 있다는 이미지와 겹치는 건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이미지는 비단 일본뿐만이 아니었다. 북유럽 신화에서는 전사들이 전쟁터로 나가기 전에 늑대의 피를 마시고 고기를 먹고 가죽을 써서 늑대 자체가 됐다고 한다. 중세 유럽에서는 늑대의 발톱, 이빨, 모피를 부적으로 지니거나 간을 분말로 만들어 치료제나 정력제로 삼았다고 한다.

모습은 달라도 늑대신앙은 서양에도 있었다. 지역과 관계없이 인간이 늑대에게 갖는 보편적인 이미지 때문인지도 모른다.

참고문헌

・오카야마(岡山)현 기록자료총서14 오카야마(岡山)현 메이지 전기자료 5(1885~1887년) (「오카야마현립 기록자료관」에서))→ http://archives.pref.okayama.jp/pdf/kanko_sosyo14.pdf

・시노하라 유우조篠原勇造 「essay 오카야마 이것저것(岡山あれこれ)」→ https://www.jdpa.gr.jp/siryou_html/32html/32_essay12.pdf

・근대일본 정신의료사 연구회「너무도 무서운(ぼっけえ、きょうてえ) 오카야마(岡山)현의 정신의료 역사-키노야마 신사 조사」 → http://kenkyukaiblog.jugem.jp/?eid=414

  ・키타무라 마사코(喜多村 理子) 「마츠에(松江) 역사강좌 전염병의 대유행과 신앙」→ http://www1.city.matsue.shimane.jp/bunka/matsueshishi/kouza26.data/kouza25-7kitamura.pdf